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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야기] 이상한 나라 여행기 Ep2. 사회적 약자, 자살이 없는 나라
본문
<언젠가 먼 나라를 여행했다. 이상한 나라였다. 어쩌면 꿈속이었을까? 이 글은 그 여행에 관한 기록이다. 나로선 죽기 전에 반드시 남겨야 하겠다. 읽히든 버려지든 후세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 이상한 나라를 세계 각국의 시민들은 오고 싶어 하지만 입국비자가 까다로워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실제로 우리 팀 역시 비자 신청하고 인터뷰를 마치고도 3년 만에 입국허가가 떨어졌다. 그만큼 자국 문화와 국민의 일상이 더 소중하기 때문일까?
자고로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언어를 이해해야 하는 법. 이 나라 언어 전공자를 강사로 모시고 호텔 세미나실에 모였다. 강사는 정말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 주었다. ‘사회적 약자’라는 용어가 이 나라 사전에는 없다고 한다.
“정확한 번역어가 없어요. 사회현실에 눈 감아버려 개념 자체를 몰라서라기보단 실제로 사회적 약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구조 때문에 약자로 전락하는 국민이 없는 나라. 우리가 바라던 새 하늘과 새 땅 아닌가요. ‘하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진 사회’ 말이죠. 어험!”
강사는 노골적인 성서 인용이 신경이 쓰였던지 짐짓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물론 사회적 약자라는 말을 길게 풀어서 설명하면 억지로 이해는 시키겠죠. 하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개념을 온전히 이해시키는 건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 사는 세상이 비슷한데, 설명해도 그 의미를 모른다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가이드는 우리 속마음을 읽었는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우리 팀원 하나하나와 가만히 눈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이 나라 사전에는 나오지만, 사어나 다름없는 단어 하나가 있습니다. 혹시 짐작이 갈까요? 마치 비밀의 보따리라도 푸는 듯 천천히 그리고 한 음절씩 또박또박 그 단어를 내뱉었다. 바로 ‘자·살’입니다. 자-살이 없다‥ ? 마치 늘어진 테이프처럼 천천히 길게 내 귀에 닿았고, 그 미묘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일종의 청량한 해방감이 일거에 가슴에 몰려들었다. 그 해방감은 순식간에 눈물로 터져 나왔다. 가눌 수 없는 폭포수 같은 눈물이 콧구멍까지 흘러넘쳤다. 황급히 세미나실을 빠져나와 화장실로 숨어들었다.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선 꺽꺽 울어댔다.
왜 그랬을까? 40여 초마다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나라, 부동의 세계 1위 자살 대국에 살고 있는 나. 전 국토를 하나의 그물처럼 잇고 있는 깊은 지하수맥처럼 우리 의식 깊은 그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집단무의식의 실체는 뭘까. ‘각자도생, 각자도사’란 말로 추상되지 않을까. 이 집단무의식에서 자유로운 국민은 단 한 명도 없다. 자살이 이토록 만연하고 있는 하늘, 땅 아래에서 나만의 순수한 행복은 불가능하다. ‘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낼까? 지구촌이라 말하면서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라고 퉁 치기엔 불가능할 정도의 하늘과 땅 차이다’ 이 나라. 무조건 계속 연구해 봐야 한다!
(이상한 나라 여행기3에서 계속)
※ 천주교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소식지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이야기 2026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 / 조영재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