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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야기] 생태소설 이상한 나라 여행기 Ep4. 사회복지 말고 서로 의존과 돌봄

작성자 부산환경운동연합
작성일 2026-04-01 조회수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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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먼 나라를 여행했다. 이상한 나라였다. 어쩌면 꿈속이었을까? 이 글은 그 여행에 관한 기록이다. 나로선 죽기 전에 반드시 남겨야 하겠다. 읽히든 버려지든 후세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이 글은 그 나라 여행기 네 번째 이야기다> 


 피아노 건반처럼 창을 두드리며 자장가를 들려주던 새벽 비가 어느새 그쳤다. 아침 일찍부터 세미나를 위해 모였다. 오늘은 중요한 견학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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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스스한 얼굴, 하품 반 소리 반으로 강사가 간신히 입을 연다. 지난번 시간에 내어준 숙제 잘 푸셨죠. 행복을 표현하는 단어만큼 슬픔을 표현하는 단어도 많은 이유에 대해서요. 아마도 그 둘은 정반대로 보이지만, 실은 상대가 있어야 저 자신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동양은 이런 상호 의존적 관계를 음과 양으로 표현해 왔죠. 특히 우리는 익숙할 수밖에 없어요. 이 진리의 상징을 매일 보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다 같이 그 상징체 이름을 외쳐볼까요. 하나, 둘, 셋- “태극기요!” 푸르고 살진 벌레를 물고 있는 어미 새를 향해 노란 입을 벌린 아기 새 마냥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맞습니다. 태극기. 음과 양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어요. 대극끼리도 서로 의존해야 하는 마당에 어느 것 하나 예외가 있겠습니까. 한 인간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너 없는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개인주의는 전체주의만큼 망상이지요. 오늘은 이 태극의 진리를 음미할 수 있는 이 나라의 독특한 언어 표현을 살펴보려 합니다. 바로 ‘옴니디펜테리아!’라는 단어입니다. 우리에게 자립(돌봄)과 의존(돌봄 받음), 이들 단어는 완전 반대죠. 근데 놀랍게도 이 나라는 이 둘을 ‘옴니디펜테리아’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답니다.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합니다.  자립과 의존을 동전의 앞뒷면처럼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죠. 우리로선 상상이 안 됩니다만, 실제 이 나라에서는 이 단어가 사회 곳곳에 살아있어요. 법과 제도로 말이죠. 

 

 ‘촤르르~’ 세미나실 전면에 애니메이션 기법이 동원된, 화려한 PPT 자료 화면이 펼쳐진다. 자 보세요. 한 사람의 생로병사, 인간 발달단계에 따라 누구도 소외됨 없이 서로 돌봄을 주고받는 시스템이 얼마나 촘촘한지를요. 이 시스템을 사회복지제도라 하지 않고 서로돌봄제도라고 합니다. 대통령도 서로돌봄제도에 속합니다. 대통령도 ‘취약한 인간’이긴 마찬가지니까요. 이 나라엔 독박육아가 없고, 돈이 없어 학업을 중단하거나 꿈을 포기하는 청년이 나올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런 안전망을 유지하기 위해선 세금이 엄청나긴 하죠. 특히 부유할수록 말이죠. 하지만 자신이 필요할 때 거저 (돌봄을)받아서 이만큼 갖게 되었으니, 나중에 거저 내어주는(돌보는) 걸 당연하게 여긴답니다.  


 내가 꿈꾸던 사회…. 돌봄 받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돌보는 것이 행복한 사회. 꿈은 깨어나라고 꿈인데, 이게 현실이 된 사회가 있다니! 현실이 꿈인지, 꿈이 현실인지. 처음에 작은 샘물처럼 솟아나며 내 목마름을 적셔주던 강사의 설명은, 물줄기를 이루더니 곧 도도한 강물이 되었다. 이윽고 큰 바다로 밀어 넣는가? 했는데, 지금 마구 넘실대며 내 몸을 둥둥 띄워 올리고 있다. 빛으로 가득 찬 수면에서, 햇살 한 줌 닿지 않는 심해에 이르기까지 나는 자유가 되어 마구 유영하는 환각에 잠시 빠져들었다.


 “우리는, 돌봄을 베푸는 자립적 인간과 혜택을 받는 의존적 인간이 따로 있다고 여긴다. 자립과 의존은 철저히 반대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평생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시소를 타며 괴로워한다. 의존은 제거해야 할 절대 악, 자립은 쟁취해야 할 절대 선인 셈이다. 하지만 그 둘이 하나가 된 사회가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서로 돌보고 의존하며, 돌봄도 돌봄 받음도 행복한…. 마치 엄마와 아기가 함께 행복한 것처럼 말이다.” (계속)


※ 천주교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소식지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이야기 2026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 / 조영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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