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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야기] 생태우화 : 시한부로 생명을 연장받은 유대왕 이야기

작성자 부산환경운동연합
작성일 2026-08-03 조회수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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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 땅을 다스리던 한 왕이 중병에 들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음을 느낀 왕. 그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예언자를 불러세웠다. 왕이 물었다. “민중의 예언자시여! 내가 과연 살 수 있겠소?” 예언자는 자동판매기처럼 답을 무심히 토해 놓는다. “왕이시여, 당장 집안일을 정리하시오. 회복하지 못하고 죽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일체의 머뭇거림도 없이 자리를 뜨는 것이 아닌가. 왕은 청천벽력 같은 죽음 선고에 할 말을 잊었다. 예언자를 붙잡아 뭐라도 해야 할 텐데 그저 석양을 등지고 멀어져가는 예언자의 긴 그림자만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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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슥한 밤, 왕은 홀로 남았다. 늘 세상을 향해 호령했던 왕좌에서 내려와 처음으로 벽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막다른 벽. 처음으로 세상을 등지고 엎드렸다. 난생처음 홀로 지새는 적막의 밤. 낮엔 귀족들과 허다한 잔치를 즐겼고, 여러 여인 품속에서 밤을 누렸지만 끝내 채워지지 않고 남아 있던 심연의 공허함과 처음으로 마주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 권세도 돈도 쾌락도 무의미했다. 왕은 이제 하느님밖엔 없었다. “하느님, 저는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신다면.” 끊임없이 밖을 떠돌았던 왕의 영혼은 점차 깊은 내면으로 잦아들기 시작했다. 심장 가장 깊은 그곳에는 하느님이 계셨다. 왕은 난생처음으로 신의 현존을 느꼈다. 그리곤 시간을 잊은 채 그저 현존에 머물렀다.


 새벽 이슬이 방울져 갈대 닢을 타고 내릴 즈음, 왕의 대전, 닫혀있던 육중한 문이 기익거리는 굉음을 내며 천천히 열렸다. 문틈으로 새벽 박명이 부챗살처럼 번지며 왕의 대전을 채우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입구에서부터 높은 천장을 때리던 발걸음 소리가 멎었다. 예언자였다. “왕이시여, 하늘의 임금님께서 다시 나를 당신께 보내셔서 한달음에 달려왔소이다.” 예언자의 목소리가 천장 가득 울려 퍼졌다. 왕은 예언자의 서늘한 외침에 그제야 자신이 한자리에서 밤을 꼬박 새웠음을 알아차렸다.


 “하늘의 임금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내가 너의 수명에다 열다섯 해를 더해 주겠다.’ 왕은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진동하는, 그 하늘의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예언자시여, 죽을병에서 내가 풀려나 열다섯 해를 더 살 수 있음을 제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저는 내일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습니다만.” 예언자는 왕의 대전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해시계를 가리켰다. “자 표징을 보여주겠소. 보시오. 밤새 지는 해를 따라 내려갔던 당신 해시계의 그림자를 열다섯 바퀴 뒤로 돌려주겠소.” 정말로 해시계 위에 드리워졌던 해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열다섯 번 뒤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구약성서의 한 토막을 각색한 것입니다. 세세한 내용과 말마디는 많이 바꾸었지만, 핵심은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죽음이 임박한 한 유대 왕을 하느님께서 고쳐 주시고 수명을 시한부로 연장해 주시면서 그 증표로 해시계의 그림자를 뒤로 물려주신다는 내용입니다. 인상적인 것은 단순한 치병이나 장수를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수명을 딱 15년만 시한부로 늘려주시면서 시한부 인생임을 명확하게 콕 집어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시계의 그림자를 거꾸로 돌리는 퍼포먼스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연출을 펼치셨다는 사실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린 누구나 시한부 인생이었네요. 태어난 인생 누구나 100년 안에는 죽기 마련이니 말이죠. 죽음을 늘 생각해야 하는 건, 잘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일지 모릅니다. 어쩌면 누구나 시한부 15으로 상징되는 정해진 기한만 생이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15년이면 충분한 시간 아닌가요? 죽음이 오더라도 아쉬움이 크지 않도록 정리할 수 있는 시간 말이죠. 혹시 누가 알까요? 그때가 오면 다시 한 10년 정도 더 연장해 주실지.


 아! 그리고 하느님께서 타임머신에 나를 태워 과거로 보내주신다면 나는 어떤 다른 선택을 하며 살 수 있을까요? 지금 같아서는 내가 15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아마 엄청나게 다르게 살 것만 같은데요. 아니, 아니 맘만 그렇지 실제론 역시나 똑같은 선택을 하면서 살게 될 거라고요? 하하 모르겠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시계를 대충 수십 년 전으로 돌려보면 어떨까요? 4대강 사업을 떠올려보면, 적어도 다른 대통령을 뽑았을 텐데? 후쿠시마 사태 이후 핵발전소 반대 흐름을 이어가서 재생에너지 위주로 확실하게 방향을 틀었을 텐데? 통일이 눈앞에 아른거릴 만큼 성큼 다가왔던 때, 남북 관계를, 평화협정을 맺는 것으로 확실하게 마무리 지었을 텐데? 등등


 지금 우리는 또 어떤 기로에 서 있나요? 인공지능을 통한 미래 먹거리 개발 서사는 만고의 진리이자 절대 선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15년이 지난 후 우린 어쩌면 다시 15년을 물려달라고 하늘의 신께 호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후죽순 전국 방방곡곡 지었던 AI 데이터 센터가 물과 전기를, 있는 대로 잡아먹는 거대한 하마가 되어 지역 식수를 고갈시키고 전기료 폭등의 원흉이 될 줄을, 그래서 기후 위기를 해결할 결정적 기회를 놓치고 온 국민이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을 줄 몰랐다면서요.


 어쩌면 바로 여기 지금이 하늘의 임금님께서 수십 년 과거로 돌려주신 기회가 오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의 교통사고가 날 것을 막아주시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 날이 바로 오늘일 수도 있지 않나요? 과거로 타임머신을 돌려, 살날을 연장해 줄 테니 이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다시 할 수가 있겠니? 하시면서요.


글 / 조영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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