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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근본 없는 탈핵운동? 기억 없이 운동을 지속한다는 것

작성자 부산환경운동연합
작성일 2026-09-06 조회수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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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월성원전 인접 지역 이주대책위 월성이주대책위 천막 농성 12주년 행사에 공식 발언을 요청받았지만 발언문을 완성하지 못했고, 어떻게든 발화를 했지만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다시 한 번 기억을 되짚어 가며 쓴 후기 글입니다. 아마도 월성원전 이주대책위, 더 나아가 밀양송전탑 싸움과 같은 주요한 탈핵 현장에 대한 기억이 없는 이들이 탈핵 활동에 어떻게 결합하고 기억의 공백을 이어가야할 지를 고민하며 조심스레 후기를 올려봅니다.


#1

 

 9월 3일(목) 오전 11시가 되기 전 즈음 월성원전 인접 지역 이주대책위 천막 농성 12주년 행사에 공식적인 연대발언을 해줄 것을 전달받았다. 공식적인 연대 발언을 요청받았을 때 월성원전 인접 지역 이주대책위에 대한 기억이 전무한 상황이라 발언을 거절도 하려고 했지만 공식적인 직책(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때문에 거절을 하지 못하고 수락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meudwRMrsU&list=RDZmeudwRMrsU&start_radio=1

 

 바쁜 일정을 모두 마치고 행사 하루 전날 9월 4일(금) 저녁 서면의 한 까페에서 발언문을 쓸 준비를 마쳤다. 존재하지 않는 기억에 대한 대체물로 나름의 레퍼런스들을 챙기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쓸 때 일본의 락밴드 ASIAN KUNG-FU GENERATION(이하 아지캉)의 ‘Rewrite’을 틀어놓았다. 노래 제목대로 발언문은 아지캉의 노래 제목처럼 계속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고, 단 한줄도 완성하지 못한 채 저녁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해 잠을 청했다.

 

#2

 

 발언문의 단 한글자도 쓰지 못한 이유가 “핵발전은 나의 삶과 대체로 무관했다.”라는 문장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 문장은 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지나버렸고 발언문을 준비하는 것보다 월성원전 이주대책위 공식 행사장으로 향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1시간 40분 정도 걸려 월성 핵발전소가 있는 나아리에 도착했다.

 

 나아리에 도착했지만 행사장을 찾지 못하고 주변을 헤매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해변으로 가게 되었고, 초현실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작년 대만에서 진행한 반핵아시아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당시 가동을 멈춰버린 대만 남부 핑둥현에 위치한 마안산 1·2호기가 바로 앞에 보이는 해변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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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에 핵발전소가 인접한 해변에 많은 사람은 해변을 거닐며 서핑과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에 아연실색한 장면이 다시 반복되었다. 4월 28일(화) 오후 7시 『파라-다이스』 부산 북토크를 진행하면서 정주하 작가에게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한 인접에 해변에 서핑을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에피소드를 언급한 것도 생각이 났다. 해변에서 목격한 것은 월성 핵발전소가 보이는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한 사람을 목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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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행과 해변을 걷다가 환경운동연합과 8명의 시인이 기획한 『여름, 연루』 의 수록된 시 「제한구역 알림」(한연희), 「북-북동향으로」(윤지양)의 묘사한 풍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의 접근을 막는 녹색 펜스가 보였고, 낡아버린 ‘제한구역 알림’ 표지판 또한 보였다. 시에서 표지판에 적혀 있는 내용이 일부가 비어버린 건 이걸 묘사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리고 경계지역 무단점유 금지표지판도 보였다. 금지구역과 무단점유가 금지된 지역에 자유롭게 낚시와 캠핑,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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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12년 동안 이주를 바라는 주민들이 있었다. 모든 것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고 한 공간에 모여 있는 것 자체가 초현실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해변에서 길을 잃은 듯이 헤매다 일행들을 마주했고, 우연히도 『여름, 연루』의 8인의 공저자 중 2인과 마주치게 되었다. 발언문을 도착한 뒤에도 확정하지 못해 『여름, 연루』에 수록된 「제한구역 알림」, 「북-북동향으로」을 읽으려고 했던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행사에서 무슨 말을 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지만 행사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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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성원전 이주대책위를 투쟁의 역사를 기억하는 행사가 진행되었고, 역사의 기억이 행사를 통해 발화되기 시작했다. 죽어있는 기억이 아니라 아직도 살아 숨쉬는 기억인 듯 느껴졌다. 『여름, 연루』를 구입하고 감사의 인사를 남긴 멘트에 황분희 월성원전 인접 지역 이주대책위위원회 부위원장, 김진선 월성원전 인접 지역 이주대책위위원회 총무라고 적힌 글자의 대상을 인지했다.

 

 행사가 진행되면서 공식적인 마지막 연대 발언을 요청을 받았다. 말 그대로 내 차례가 된 것이었다. 사회자는 다른 지역의 연대발언으로 힘찬 발언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월성원전 이주대책위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선포를 하고 발언을 시작했다. 아마 매가리가 빠졌을 것이다. 그래도 “새롭게 탈핵운동과 결합하는 분들을 대신해 발언”을 하겠다는 호기로운 발언을 뱉어버렸지만 이내 자신이 없어져서 사족을 부쳤다.

 

 발언은 하면서도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해변의 평화로운 풍경이 대한민국의 위험한 경관이 된 것은 월성원전 이주대책위의 활동 때문이며, 12년 동안 진행된 상여 농성은 끝이 나지만 농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들 또한 고리, 영광, 월성, 울진, 그리고 영덕에서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는 대책이 없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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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탈핵신문


 탈핵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퀑탱 메이야수를 동원해 ‘상관주의(Correlationism)’에 빠진 “인체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어도 기준치 이내니 안전하다”고 믿는 핵산업계와 정부 관료를 호기롭게 지적했던 글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4

 

소식지 편집을 마치지 못한 사무실에 앉아서 이 후기를 어떻게 적어야할지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다 사무실 한켠에 놓여있던 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 현우식의 『근본 없는 민주주의』라는 책이었다. 현우식이 『근본 없는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논하고 있는 대상은 아르헨티나 출신 정치철학자이자 포스트마르크스, 포퓰리즘을 대표하는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최근 라클라우의 『포퓰리즘 이성』이 대한민국에서 번역본이 나오면서 비슷한 시기에 맞춰서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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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식의 『근본 없는 민주주의』를 통해 민주주의의 ‘근본 없음’ 혹은 ‘비어 있음’을 직시하는 용기를 가지자고 주장한다. 여기서 ‘근본 없다’는 말은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근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게 라클라우의 사상이든 현우식의 생각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탈핵 운동에 대한 기억의 공백이 숭숭 나버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근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공백’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태도를 다듬는 일이 될 것이었다. “12년 동안 진행된 상여 농성은 끝이 나지만 농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들 또한 고리, 영광, 월성, 울진, 그리고 영덕에서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라는 말이 무의미한 발화가 아니라 의미를 찾으려면 낙담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연루'라는 단어의 뜻을 풀어보면 이을 연連과 묶일 루累 우리는 여전히 핵발전소와 무관하지 않고 이어져있으며, 묶여 있다.


#5

글을 마무리하는 중 아지캉의 ‘Rewrite’의 가사 후렴구가 생각이 난다. 

 

消して リライトして

케시테 리라이토시테

지우고 다시 써

 

くだらない 超幻想

쿠다라나이 쵸우겐소오

쓸데없는 엄청난 환상

 

忘られぬ 存在感を

와스라레누 손자이칸오

잊을 수 없는 존재감을

 

起死回生

키시카이세이

기사회생

 

リライトして

리라이토시테

다시 써

 

意味のない 妄想も

이미노나이 소오조오모

의미 없는 망상도

 

君を 成す 原動力

키미오 나스 겐도오료쿠

널 형성하는 원동력이야

 

全身全靈を くれよ

젠신젠레이오 쿠레요

몸과 마음을 모두 줘

 

ASIAN KUNG-FU GENERATION의 ‘Rewrite’ 가사 중

글 / 박상현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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