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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이야기] 새가 다시 찾아오는 낙동강 하구를 위해 : 20년 시민조사가 보여준 현장의 변화와 우리의 과제

작성자 부산환경운동연합
작성일 2026-09-06 조회수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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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 아침, 낙동강 하구의 물길 위로 *큰고니 무리가 내려앉는다. 긴 목을 물속에 넣어 새섬매자기의 땅속줄기와 덩이줄기를 찾고 배를 채운 뒤에는 주변 습지와 수로로 자리를 옮긴다. 겨울철 낙동강 하구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그러나 큰고니가 이곳에서 한 계절을 무사히 보내려면 먹이터와 휴식처,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공간이 서로 이어져 있어야 한다. 새가 하구를 이용하는 모습은 우리가 이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지켜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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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하구가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이 실어 온 흙과 모래가 밀물과 썰물을 만나 갯벌과 모래톱을 만들었고, 주변에는 새섬매자기 군락과 갈대밭, 습지, 수로, 농경지가 이어져 왔다. 갯벌은 도요·물떼새와 갈매기류의 먹이터가 되고, 얕은 물과 수로는 오리류와 백로류가 쉬고 먹이를 찾는 공간이 된다. 새섬매자기 군락과 농경지는 큰고니와 기러기류에 중요한 먹이를 제공한다. 낙동강 하구의 가치는 갯벌이나 모래섬과 더불어 서로 다른 공간이 하나의 생활터전으로 이어져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해양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수(水) 스토리」 첫 강연에서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오랜 현장 관찰을 바탕으로 하구의 변화를 들려주었다. 강연에서 소개된 조사자료에 따르면 2011~2012년 겨울에는 큰고니와 고니가 최대 4,628개체까지 확인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찾아오는 규모가 과거보다 줄었다는 현장 설명이 나왔다. 여름철 모래섬에서 무리를 지어 번식하던 쇠제비갈매기도 2010년대 전반을 지나며 도래와 번식이 크게 약해졌고, 2004-2021년 조사자료에서도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두 새의 변화는 낙동강 하구의 환경이 계속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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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가 줄어든 이유를 하나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번식지의 날씨, 이동경로, 먹이 사정, 조사 시기와 방식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구 주변에서 이어진 개발과 환경 변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하굿둑과 매립, 산업·주거단지, 신항과 교량, 준설과 정비사업은 갯벌과 농경지의 넓이뿐 아니라 물의 흐름, 모래와 흙이 쌓이는 모습, 먹이식물의 분포, 새의 이동경로를 바꿀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자료로 확인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 판단의 바탕은 이미 현장에 쌓여 있다. 습지와새들의친구는 2004년 4월부터 낙동강 하구를 10개 구역으로 나누어 매월 조류조사를 이어 왔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에도 현장에 나가 새를 세고 기록하는 일을 20년 넘게 꾸준히 해 온 것이다. 같은 지역을 오랫동안 반복해서 살핀 기록에는 짧은 조사로는 알기 어려운 계절별 변화, 종마다 늘고 줄어든 흐름, 새들이 이용하는 장소의 변화가 담겨 있다. 하구 주변이 계속 달라지는 동안에도 조사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자료의 가치는 더욱 크다.


 이 시민조사 자료는 과거를 돌아보는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물의 흐름과 염분, 퇴적물, 식생, 토지이용 자료와 함께 살펴보면 조류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장에서 쌓인 기록과 행정·연구기관의 자료를 연결하는 일은 변화의 원인을 밝히고 보전정책을 세우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20년의 꾸준함이 앞으로의 선택을 돕는 근거가 되는 셈이다.


 앞으로 개발계획을 세울 때는 사업구역 안의 변화만 보아서는 안 된다. 새는 지도에 그어진 경계 안에서만 살지 않는다. 먹이를 찾고 쉬고 번식하기 위해 갯벌과 모래섬, 수로와 농경지를 오가며 계절에 따라 하구 안팎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개발로 직접 바뀌는 공간뿐 아니라 주변 먹이터와 휴식처, 새가 오가는 길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낙동강 하류를 조사한 **홍석환(2020)의 연구에서는 교량 간격이 2 km 이하인 구간에서 큰고니가 거의 관찰되지 않은 반면, 4 km 이상인 구간에서는 안정적인 월동 개체군이 확인됐다. ***이수동 외(2022)의 연구에서도 큰고니가 주로 교량 사이가 넓은 구간을 이용한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월동을 위해 약 4 km 수준의 열린 공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중록 위원장은 현재 엄궁대교 예정 구간과 대저대교 건설 구간에 남아 있는 약 4~5 km의 공간이 교량 건설로 나뉘면 큰고니가 이용할 수 있는 연속된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 이후에는 남은 서식지의 넓이뿐 아니라 이 공간들이 서로 이어져 실제 서식지로 기능하는지도 따져야 한다. 20년 조류 조사 자료는 이러한 판단을 내리는 든든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정책결정자는 사업이 정해진 기준을 충족했는지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구의 생태적 기능을 지킬 방법을 설명해야 한다. 연구기관은 시민조사와 환경자료를 함께 분석해 확인된 사실과 아직 더 살펴야 할 부분을 알기 쉽게 밝혀야 한다. 시민도 새가 머무는 곳과 지역의 개발계획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계속 질문하고 기록할 필요가 있다. 보전과 개발을 단순한 찬반으로 나누기보다, 오랜 현장기록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水) 스토리」는 부산의 바다와 낙동강 하구 문제를 한 번의 관심으로 끝내지 않고, 시민사회와 연구기관, 행정, 현장 활동가가 함께 배우며 지역의 과제로 만들어 가기 위해 시작됐다. 첫 강연은 정책 논의가 현장의 오랜 관찰과 기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부산환경운동연합 해양특별위원회는 앞으로도 하구가 보내는 변화의 신호를 시민과 나누고, 자료에 근거해 토론하는 자리를 넓혀갈 것이다. 새가 계절마다 다시 찾아올 수 있는 하구를 남기는 일은 부산이 어떤 해양도시가 될 것인지 선택하는 일이다.


* 큰고니 : 백조를 뜻하는 우리말인 ‘고니’류에 속하는 새로, 우리나라에서는 고니·큰고니·혹고니 3종의 백조가 있다. 큰고니는 가을이 되면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의 동해안과 남해안에서 겨울을 나는 겨울철새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01-2호와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 홍석환. (2020). 낙동강하류 교량간격에 따른 큰고니(Cygnus cygnus) 월동개체수 차이 연구. 『한국환경생태학회지』 34(3): 191–197.

*** Lee, S.-D., Oh, C.-H., Cho, B.-G., Jin, M.-H., and Park, G.-S. (2022). Analyzing the Effect of River Ecosystem Fragmentation by Bridges on Changes in the Wintering Population of Whooper Swans (Cygnus cygnus): Targeting the Nakdong River, Busan. 『Journal of People, Plants, and Environment』 25(5): 457–474.


글 / 부산환경운동연합 해양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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