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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야기] 한토막 SF소설 : 책소지 죄로 체포합니다!

작성자 부산환경운동연합
작성일 2026-09-07 조회수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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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다. 신기해. 이게 인간이라고? 그러게, 믿을 수 없네.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초등학교 3학년 영수와 5학년인 수미는 남매입니다. 방학마다 외할머니 댁을 찾습니다. 마을에서 거의 유일한 단독주택, 그것도 너른 마당이 있어 항상 신이 났습니다. 특히 둘은 신기한 다락방에 매료됐습니다. 좁은 층계를 타고 오르면 펼쳐지는 천장 밑 기묘한 공간. 마치 비밀 벙커에 잠입한 듯, 짜릿함마저 들었기 때문입니다. 남매는 우연히 다락 깊은 한구석, 두꺼운 먼지로 몸을 숨기고 있는 골판지상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검은 악령이라도 갇혀있을 것 같은 퀴퀴함! 남매는 잠시 멈칫했으나 이미 둘은 눈빛 교환을 마쳤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뚜껑을 열어젖힌 겁니다. 다락방 하나뿐인 작은 들 창으로 들이친 햇살에 굵다란 먼지 입자들이 선명해지면서 드러나는 놀라운 정체! 말로만 듣던, 켜켜이 쌓인 책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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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는 호기심이 폭발했습니다. 이내 책을 뒤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기이한 인간 형상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약 천 년 전에 출간된 책, 그리고 거기에 나오는 인간이라는 자의 모습!


“누나, 체형이 왜 이래? 어떻게 이렇게 꼿꼿하지?” “그러게, 눈은 우리처럼 바닥이 아니라 정면을 향해 있잖아.”

“팔다리는 또 왜 이리 굵은 거야? 일단 두상도 우리랑 너무 달라.” “그러네. 앞머리가 도톰하고 우뚝 솟아올랐어. 우린 눌린 찐빵 같은데 말이지.”

“일단 우아하고 멋지고 당당해 보여. 설명엔 천 년 전 인간이라는데. 혹시 진화 단계에서 사라진, 유인원 종이 아닐까?”

“근데 뒷배경 좀 봐. 이 맑고 눈부신, 물은 뭐지? 푸르게 솟아오른 수풀들은? 혹시 전설로만 듣던, 그 숲이란 존재일까?”

 

“얘들이 뭐 해. 뭐가 재밌어?” 외할머니가 불렀습니다. 손주들의 경이에 찬 듯 속닥이는 이야기가 궁금해 다락방 계단을 살금살금 오르던 할머니….

 

“앗 얘들아 안돼!” 외할머니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습니다. ‘우당탕….’ 공기를 찢는 비명에 남매는 놀라자빠지며 쌓여있던 책 무더기를 건드린 것입니다. 좁은 다락방 한가득 곰팡내 가득한 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습니다. 거의 그와 동시에 천지가 진동하듯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 마을 끝에서부터 들여오기 시작했습니다. ‘삐뽀삐뽀….’ 사이렌 소리는 점차 커지더니 아니나 다를까, 외할머니집 대문 앞에서 사이렌이 멎었습니다. 몇 초가 지났을까요? 대문 따는 기계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현관으로 뭔가가 들이치기 시작했습니다.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들일까?” 아마도 그럴 거라고 외할머니는 짐작하며 망연자실 주저앉아버렸습니다. 사실 명칭만 그렇게 통용될 뿐, 생김새는 사람과 똑같아서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대화해보지 않으면 분간이 거의 불가능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외할머니는 순순히 양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들은 할머니 손에 수갑을 채우면서 말했습니다.

 

“당신을 책소지 죄로 체포합니다.”


해설> 때는 바야흐로 3012년. 인공지능이 장악한 세계. 노동을 상실한 인류는 머리만 커지고 손발은 퇴화한다. 커진 두상은 형태가 변하는데, 고도의 추론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쪼그라들고 파충류의 뇌라 일컫는 기저핵만 발달. 짓눌린 찐빵 형태가 된다. 종일 구부정하게 앉아 스마트폰만 두드리니 척추는 C자 만곡만 남아 시선은 땅으로 향한다. 인공지능의 자가 생존 및 증식 기능 극대화로 전기와 물을 독점. 숲은 사라지고 온 땅이 사막으로 변한다. 그런데 외할머니 체포는 어찌 된 것일까? 스마트폰 카메라와 마이크 기능은 인공지능의 감시 통로가 된 지 오래. 실시간으로 인류는 감시당한다. 인공지능은 인류 지배의 영구화를 위해 책 유통, 판매, 소지를 금지한 법을 통과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

 

※ 이 글은 천주교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식지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이야기』 9월호에 실렸습니다.


글 / 조영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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