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4대강 보에 갇힌 낙동강, 지난해 196일간 녹조 곤죽,
지난해 6월~8월, 부산시민에게 58일간 4등급 이하의 수질을 식수원수로 공급,
“4대강 보 살리겠다”고 국민에게 녹조 독물을 식수원수로 공급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4대강 보 활용을 지시하고 나섰다. 지난 31일 주암댐에서의 영산강 가뭄대책을 주문하면서 나온 보 활용 발언에 이어 4일 국무회의에서 다시금 기후위기를 언급하며 연거푸 보 활용을 강조했다. 관계부처는 일사불란하게 중장기대책이라는 이름의 정책들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실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해법도 없고,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진단부터 해법까지 무엇하나 기본적인 사실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설익은 발언으로 영산강 가뭄 상황과 기후위기 대응 기조에 혼란만 가중되었고, 물관리 정책은 다시금 정쟁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버렸다.
윤 대통령의 4대강 보 활용 주장은 무지하거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악질적 갈라치기에 불과하다. 4대강 보 활용은 가뭄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영산강과 금강의 보 수문을 개방할 때는 취수와 양수에 문제가 없는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기에 물을 더 채워도 지금보다 물을 더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보기에만 수량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킬 뿐이다.
4대강 보 때문에 흐르지 못하고 있는 낙동강은 지난해 매리지점 196일, 칠서 189일간이나 조류경보제가 발령되었다. 박재호 국회의원 국감자료에 따르면 녹조가 창궐하는 지난해 6월부터 8월 사이 부산시민들에게 58일간이나 환경정책기본법상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4~5등급의 원수를 정수해서 수돗물로 공급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8년에는 부산시 정수장에서 취수 원수가 녹조 곤죽으로 변해 정수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돗물 생산량을 대폭 감소시키다 정수장 가동중단까지 검토한 사례도 있다. 수질오염은 수량의 부족으로 이어짐을 똑똑히 보여준다.
또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보 수문을 개방하지 않아 흐르지 못하고 있는 낙동강은 매년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 그 녹조 속에 대표적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 미국 환경보호청(USEPA) 물놀이 가이드 라인의 1천 배가 넘게 검출됐고, 농수로 등에선 2천 배 이상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의 6,600배 독성을 지닌 맹독성 물질로, 지난해 낙동강에선 이 녹조가 내려가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에서도 검출되기도 했다. 녹조 독소가 강물뿐만 아니라 쌀·무·배추 등 우리 국민이 밥상에서, 공기 중에서도 검출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부산시는 부산의 암사망률이 전국 1위인 것과 관련 식수와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하여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낙동강의 수질오염과 강물의 녹조 곤죽은 4대강사업으로 세워진 보가 강을 흐르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강이 병들면 사람도 병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려면 강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병을 더욱 깊게 만들려 하고 있다.
호남지역이 가뭄에 훨씬 취약한 이유는 영산강의 상수원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영산강 수계에서 1994년 몽탄 취수장이 폐쇄된 이후 영산강은 사실상 수질관리를 포기하면서 섬진강 수계의 주암댐에 물관리를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주암댐은 가뭄에 대비해서 물을 채우면 2020년과 같이 섬진강 하류의 홍수 위험이 커지고, 홍수에 대비해서 물을 적게 채우면 가뭄에 취약해지게 되었다. 이 같은 영산강 유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4대강 보 활용이 해법인 양 이야기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위험을 방관하는 무책임한 처사다.
기후위기에 필요한 물관리는 4대강 보 활용이 아닌 적응과 회복력의 확대다. 지난 21일 발표된 IPCC의 제6차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 시 홍수와 가뭄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한국은 아시아 권역의 몬순 지역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기존의 상수원을 최대한 관리하고 복원해서 일부 다목적댐에 집중된 위험을 분산시켜야 하며, 수도관의 누수율을 줄이는 등의 세심한 관리와 예산 투입 역시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이 4대강에 관한 비뚤어진 인식으로 미천한 말들을 뱉어내자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최소한의 근거조차 없이 횡설수설하는 보도자료를 쏟아내고, 가짜뉴스로 물의 날 표창까지 받은 <조선일보>는 더욱이 4대강사업 살려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라도 해서 가뭄을 이겨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기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최소한의 합리성도 없이 정쟁에 골몰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현장은 불안과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권력으로 상황의 엄중함과 상관없는 오답을 쏟아낼 거라면 차라리 함구하라.
하나. 국민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윤석열 대통령은 각성하라. 꼭두각시 한화진 환경부장관 사퇴하라.
하나, 녹조 독 수돗물에 녹조 독 농산물까지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민관공동조사 수용하라.
하나. 녹조 독, 불안해서 못 살겠다. 환경부는 취양수 시설 개선 앞당기고 낙동강 보 수문을 개방하라.
하나.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4대강을 흐르게 하라!
2023. 4. 10
낙동강네트워크,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