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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길벗-몰운대의 봄비
2013-04-23

4월 20일. 길벗의 4월 행사 예정일은 봄비도 예정되어 있었다. '비 와도 간다'는 위원장님의 씩씩한 말에 힘입어 몰운대로 출발..

 

지하철로 거의 1시간이 걸렸다. 아, 멀다. 헌데 예상보다는 빨리 도착했다. 너무 일찍 도착한 썰렁한 신평역. 만남의 장소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니, 엉덩이가 시리다. 의자 상판이 아름다운 푸른색의 '돌'이다. 이런 시설물 만드는 사람들은 자기가 사용할 것이라 생각하며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했으면 좋겠으나, 생각은 늘 짧고 결과물은 헛점 투성이다. 시린 엉덩이를 잊으려 뜨거운 차를 마시자 하여, 미리 준비한 뜨거운 홍차를 넣은 보온병을 꺼냈다. 야심차게 준비한 홍차, 그런데, 이 맛은 도대체 뭐지? 평소에 넣지 않던 설탕을 추울 테니까 특별히 많이 넣었던 것인데, 아악, 그것이 소금이었던 것...어이없는 실수!! 결국 몽땅 배수구 속으로......

 

다 모이니 4명. 단촐하다. 다시 버스로 다대포해수욕장으로 이동. 지하철 공사 현장을 거쳐 다대포로 진입.

 

다대포는 많이 아프다. 몇 번의 매립 위기를 이겼으나, 끝내 낙조 분수 및 주차장 시설, 백사장을 공원으로 만드는 공사 등에 밀려, 자연 그대로의 다대포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예전에 백사장 길이가 1KM이상이었다는 다대포해수욕장은 이제 그 어디도 예전의 모습은 없고, 각종 시설물들이 옛 백사장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지금도 백사장은 공사 중이고 지금도 백사장은 사라지고 있다.

 

입구의 허름한 음식점들이 늘어선 거리를 통과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날씨도 날씨인 만큼, 아침부터 딴 생각이 난다. 박경조위원장님은 '저기 막걸리 잔술도 팔아요.'하여 우리를 유혹하고, 끝내 우리의 출발은 막걸리 한잔으로 시작했다. ㅋㅋ

 

몰운대는 고즈넉하고 촉촉했다. 봄비 덕분에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한 사이, 우리는 몰운대와 새롭게 데이트를 시작했다. 온전히 즐기는 몰운대. 느적거리며 건들거리며 숲 사이를 걷고, 바다로 이어진 길을 걸었다. 향기로운 땅과 숲의 내음새 속에서. 다대포객사를 지나 바닷가를 걷고, 바위를 넘고, 포근한 동굴 속을 걸어들어가는 듯한 느낌의 화손대까지. 무리 지어 속삭이는 새들과, 흔들거리는 여린 나뭇잎 사이로 함께 걸었다.

 

‘길벗’의 마무리는 역시 뒤풀이. 들어갈 때 경조샘께서 봐 두신 소박한 가게로 들어가 즐거운 한잔으로 마무리. 역시, 길벗은 즐거운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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