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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모두에게
2019-11-27

진실은 모두에게



가을날의 선선함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한 저녁, 소중한 얼굴들 보러 걸음한 솔모루 식구들!

한명 한명 든 자리가 참 소중한 작은 모임이지만 때가 되면 늘 기다려진다. 오래 함께 한 최윤영 활동가의 빈자리를 노주형 활동가가 채우는 첫날이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환경영화를 보자며 무엇이 좋을까 찾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체르노빌”을 보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만든 텔레비전 5부작 드라마인데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그 지역에서 살았던 주민들 이야기라고 한다. 본 사람들마다 괜찮다 꼭 보라고 추천한 드라마이다. 미국에서 과연 체르노빌 이야기를 어떻게 그렸을까 궁금했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일까요?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는게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로 위험한 건 거짓말을 계속 듣다보면 진실을 보는 눈을 완전히 읽게 된다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진실에 대한 일말의 희망마저 버리고 지어낸 이야기에 만족할 수 밖에 없죠.”


녹음기에서 나오는 목소리로 시작된다. 이어지는 죽음, 그리고 1986년 그때!


조용한 새벽, 폭발 소리와 함께 집이 흔들린다. 창밖으로 멀리 보여지는 원자력발전소에서 하늘로 치솟는 섬광의 고요함이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폭발되자마자 발전소의 현장 최고책임자인 댜틀로프가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놀랍다. 정확한 사고 원인과 대처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축소시키려고 자신의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다른 직원들의 생명이 위험에 노출되는 지시를 계속 내리고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직원들은 방사능 구덩이에서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잠시 후에 방사능 노출로 인해 몸들이 변해가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얼굴은 붉게 변하고 피를 토하는 등 몸은 급격히 이상을 일으키고...... 진화를 위해 떨어지는 소방차의 물줄기를 맞고 있는 직원들이 방사능비를 맞는 것 같아 소름끼쳤다. 댜틀로프는 직원들의 보고를 무시하고 협박까지 해가면서 마음대로 잘 통제하고 있다고 상부에 허위보고를 한다. 보고를 받는 정부 관계자들도 서로 책임을 미루기 바쁘고 국가가 결정하는 일은 무조건 믿어야 하고 주민을 대피시켜야 하는 소개령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봉쇄령을 내려 사실을 은폐하겨고 한다. 그것들은 인민을 위해서 한 것이니 보상받을 것이라고 한다. 이후 다른 직원으로부터 정확한 현장 상황을 보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댜틀로프가 구토하며 쓰러져도 그 직원을 현장 조사하라고 사지로 내몬다. 더군다나 핵공격에 대비해 만든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곳에서 자신들은 한발짝도 나가지 않는 모양새가 정말 어이가 없었다.


불을 끄러 온 소방관들도 방사능 현장의 위험성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기에 방사능 물질에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도 모르고 목숨 걸고 진화작업, 구조작업에 열심이다. 결국 소방관들의 아기한테까지 얼굴도 붉게 변하기 시작하고 몸에 이상증세를 보이며 쓰러지게 된다. 어느 소방관의 불안한 눈빛과 표정이 집에서 야간호출을 받고 달려간 남편을 걱정하고 있는 부인의 얼굴과 오버랩되면서 불안을 더욱 크게 만든다.


발전소 인근 마을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잠 못 이루며 발전소 쪽을 지켜보고 있다. 방사능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기에 불빛이 이쁘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모여있는 주민들 머리 위로 방사능 재가 날아와 앉고 뛰어노는 아이들, 유모차 속 수많은 재가 날아와 내려앉는데 낮게 깔리는 음악과 함께 천천히 돌아가는 영상이 보고 있는 우리의 공포감을 극에 달하게 한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병원으로 실려 간다. 발전소 직원 두 명은 아침까지 손이 부르트도록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해 손잡이를 돌리며 두려움으로 기진맥진해 있다, 그리고 검은 연기가 숲을 누렇게 변색시키며 지나가서 마을 위에 자리 잡고 있지만 달라진 것 하나 없이 일상을 맞이한 마을 거리가 비춰지고 즐겁게 학교로 걸어가는 아이들 사이로 새 한 마리가 떨어져 죽으면 끝이 난다.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우리는 얼어붙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여태껏 생각한 체르노빌 사고 현장보다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도록 무서웠다. 정말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살아가는 걸까. 모두가 꼭 알아야 할 사실을 거의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수십 년이 지났다. 그동안 또 얼마나 많은 위험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을까. 막연한 두려움을 사실에 대해 정확한 앎으로 인한 두려움으로 바꾸어 준 드라마이다. 두려울 만큼 너무 위험한 원자력 발전소, 핵에 대한 진실을 알려 주는 데가 많지 않아 늘 아쉽고 아쉬웠는데...... 위험한 핵을 지구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 우린 무엇을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 지 깊은 고민을 던져준 드라마를 만들어준 이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5부까지 꼭 다 볼 수 있도록 하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2부도 이어서 보고 싶은 바람을 뒤로하고 늦은 시간 때문에 자리를 마무리하였지만 다들 여운이 가시지 않는 밤들을 보내지 않았을까.


글 / 편집위원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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