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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5산행모임] 맥도생태공원의 선물
2021-12-02





얼마만의 산행모임 출발이던가.

두어 곳을 두고 고민을 하다, 맥도생태공원으로 결정이 되고, 주말의 발길은 낙동강줄기를 따라 가벼운 시작을 한다.

유난히 따스하였던 이상기온으로 인해, 11월 21일은 초겨울임에도 햇살은 포근하였고, 살포시 바람이 볼결 스쳐도 기분좋은 차가움으로 와 닿았던 겨울 초입의 맥도생태공원.

딱히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맥도생태공원은 거리상의 이유인지 마음의 거리인지 몰라도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던 곳이다.

봄이 되면 벚꽃길을 걸어보리라 마음먹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항상 결과는 다른 곳의 간택으로 결론이 나고 말았으니, 이번에 걷기로 한 맥도생태공원이 개인적으로 설렘과 기대가 일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생태공원'이란 말이 참 좋다.

최소의 인위적인 행위만이 가미된 자연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어야만 붙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단어일테니 말이다.



주차하고 들어서는 초입에서 만난 갈대와 억새의 공생이 생경하다.

흔히들 갈대는 물가 주변에서 볼 수 있고, 억새는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다는 상식을 가지고 살아왔던 내게, 맥도공원 주변에 지천으로 펼쳐진 갈대와 억새의 공생은 나의 편견을 부끄럽게 하였고, 하물며 억새와 갈대의 모양도 헷갈리는 내게 잊고 살았던 자연생태의 산교육장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도심과 낙동강과 생태공원의 공존은 참 조화롭다.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외면되거나 밀려났던 자연의 가치가 조금씩 공존으로 바뀌고, 환경과 조망권에 대한 갈증이 어쩌면 지금처럼 맥도생태공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만든 것 같아 씁쓸하지만 감사하기까지 한 현실.


조류들의 겨울 서식을 위하여 인간의 발걸음은 잠시 '멈춤' 하게 만드는 출입금지 표지와 현수막이 곳곳에 보였다. 발길 들이지 못함은 아쉬웠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조류들의 안정과 서식을 보장될 수 있게 해주는 배려가 오히려 기분 좋았던 맥도.

오래간만에 만나는 고니들의 휴식이 일상처럼 펼쳐지는 이곳 맥도에서는 걷는 것만으로도 마주하는 무수한 선물이 지천에 깔린 것만 같다.


이미 져버린 연꽃밭의 연잎들은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있고, 한 계절 열심히 살아내고 고개 떨군 연잎과 줄기들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연꽃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은 다음 해에 만나게 될 인연들에 모종의 암호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사랑의 하트를 숨겨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조영재 선생님께서 제의하였던 맨발 걷기체험.

처음에는 진드기 등에 물릴까 봐 조심스러워 맨발 걷기를 하지말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걱정이 앞서나가면 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는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맨발로 길을 걷기로 했다.

결론은, 조 선생님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일부는 작은 돌맹이 조각이며 고라니 배설물 등 다양함이 지천인지라 아파하기도 하고 조심스러워하기도 했지만, 금세 익숙해지니 바닥의 차가운 이슬 기운과 햇살 드는 곳의 바스락거리는 바닥의 촉감이 뇌의 감각까지 깨우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어 정말 오래간만에 맨발로 걸어보는 이 경험이 감사하기까지 하였던 것 같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어디가 되었던 맨발 걷기의 경험들을 꼭 해보시기를 추천해본다.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골목이 그렇고, 산이 그렇고, 들이 그러하고, 어디에든 있는 길들이 그러하다.

일상의 익숙함에서 조금만 벗어날 수 있다면, 오히려 힐링이 되고 에너지는 되는 시간.

모두에게 걸어야만 받을 수 있는 선물들이 고루 나누어지기를 바래본다.


글 / 황세홍 3015산행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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