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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구모임] 신호마을에서의 하루
2022-09-06


8월에 예정되었던 회원한마당이 가을로 연기되면서, 하구모임만의 탐조를 갖게 되었다. 비 때문에 한 주 연기되면서, 각자의 일정이 있어 참여하지 못하는 회원이 많아서 4명만의 오붓한 탐조를 하게 되었다.

서낙동강의 맨 마지막 장소인 신호갯벌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난번 서낙동강 탐조 때 마지막 장소로 신호갯벌에 가려 했으나, 시간이 모자라서 미루어뒀던 곳이다.

신호마을은 전형적인 어촌마을에서 긴 시간의 매립 사업을 통해 과거의 어촌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아파트와 상가와 공단이 함께 들어서 있는 모습이 되었다. 주택지와 상가와 공단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지금의 시각으로는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또, 공단에 인접한 곳에는 신호철새인공도래지가 있어서 더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신호철새인공도래지는 신호갯벌을 매립하면서 철새들의 서식지가 파괴되자,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인공도래지를 만들어, 새들의 서식지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긴 시간 군부대에 의해 관리되면서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조사나 학술의 목적으로 이곳에 들어가야 할 때도 사전에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했던 곳이다. 지금은 해안선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시민들에게 개방해 놓아 도래지의 외곽을 따라 걸어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긴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간섭받지 않아서 많은 새들이 있을 것 같지만, 신호 인공도래지는 숲과 호수와 호수 속의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순한 설계와, 좁고 길게 조성된 형태와 물의 빠짐에 따라 드러나는 갯벌도 없어서 그다지 많은 새들이 찾지는 않는 곳이다. 몇 종류의 오리와 몇 종류의 중대형 도요새들이 발견되곤 하는 곳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신호의 변화에 어리둥절하며 모였다. 오랜만의 만남에 간단한 마실거리와 환담이 오갔다. 자, 출발!! 모두 무거운 카메라와 망원경은 접어두고 간단한 차림새로 신호인공철새도래지에 새롭게 조성된 산책길로 접어들었다. 습지 쪽으로는 못들어 가도록 막아두고, 오로지 산책로만 이용하게끔 해 두었다.

습지는 조용했다. 새들이 없다. 어쩌다 갯벌 쪽에서 갈매기가 날아오를 뿐이었다. 군부대의 감시 초소가 있던 자리에서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마치 전망대같이 보였다. 산책로 조성하면서 전망대까지 만들었나 생각했으나, 군부대의 감시탑이었다. 철조망으로 꽁꽁 닫아 걸어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해 두었다. 예전에는 바다 쪽으로 높게 조성된 곳으로 올라가서 바다 쪽으로 탐조를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올라가는 길 자체를 막아버려 바닷가 쪽으로 접근할 수 없고, 탐조도 불가능한 구조가 되었다.

군인들이 몇 명 있었다. 군용이 확연한 드론이 머리 위로 날고 있었다. 군용 드론을 시험해 보는 듯했다. 멋진 모습에 눈길이 확 가닿았다. 아서라, 아서!! 웬 장비 욕심이냐 속으로 누르며서도 내심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꼈다. 있는 장비 활용도 못하고 있으면서, 새 장비에는 눈이 확 꽂히는 이 욕심이라니.


산책로를 따라 더 들어가다 보니 맑고 높은 도요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도요가 있는데 눈에는 안 보였다. 대신 호수 건너편 숲의 나무에 백로와 왜가리들이 집단적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번식까지 하는 것일까?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니 둥지 흔적은 없다. 그러면, 번식지는 아닌 것 같고, 낮시간에 여기서 모여서 쉬는 것일까? 안으로 더 들어가다 보니 백로 둥지로 보이는 것이 몇 개 보였다. 아, 이 인공도래지 안에서 번식도 이루어지고 있구나 싶었다. 인간의 간섭이 거의 없는 곳이니, 이들에게는 충분히 적절한 곳이 아닐까 싶었다.



한참을 더 들어가다가 또 도요소리를 들었다. 조심조심 살펴보니, 호수가 끝나고 물길이 이어지는 막다른 구석에 도요들이 오글오글 모여 있었다. 청다리도요 9마리였다. 갈대밭의 호위를 받으며 안전한 곳에서 쉬고 있었던 것이다. 도요를 발견한 기쁨에 우리는 모두 발끝을 세우고, 목도 한껏 키워서 관찰을 시작했다. 갈대밭과 갈대밭 사이 좁은 곳에 있어서, 언뜻언뜻 보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아쉬운 발걸을을 떼는데, 또 다른 무리들이 갈대밭 사이 물길에 모여 있었다. 이번에는 더 큰 무리였다. 아싸~~~ 신난다~~~. 도요무리를 보느라 발걸음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다. 더 가봐야 별 것 없다고 돌아서려던 우리는 가는 김에 끝까지 가보자며 걸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나오는 길에 다시 만난 도요들 보며 위안 삼았다.

무언가에 놀란 듯 도요들이 한꺼번에 날아 올랐다. 그리고 저 멀리, 우리에게서 너무 먼 호수 저 반대편으로 가 버렸다. 다시 돌아나가면서 볼 수 있겠지 싶었으나, 우리 시야에 잡히지 않는 곳에서 쉬고 있어서 다시 볼 수는 없었다.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먹고 소나무 숲을 정원처럼 누리는 카페를 찾았다. 야외 테라스에는 고양이들이 자신들의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귀여워서 한참을 보았다. 의자 위에서 자다가 머리가 훅 떨어질 뻔 놀라는 장면까지. 귀여웠다.

갯벌 쪽으로 나왔다. 그 사이에 물이 빠져서 갯벌이 시원하게 드러나 있었다. 저 멀리 선착장 쪽에서는 아이와 어른들이 어울려 갯벌을 뒤지고 있었다. 아마도 조개나 게를 잡고있는 듯.


우리는 한적한 쪽으로 골라 갯벌을 향해 앉았다. 노랑발도요 몇 마리가 우리 앞에서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빠르게 뛰어가서 게 한 마리 잡아서는 물에 씻어서 먹는다. 또 열심히 재빠르게 뛰어가서 게 한 마리 잡아서 물에 씻어서 먹는다. 반복반복 무한 반복. 검은댕기해오라기는 한 곳에 자리를 잡고는 동상이라도 된 듯 꼼짝하지 않고 물 속을 노려보고 있었다. 한 방을 기다리는 중이다. 도요의 재빠름과 해오라기의 멈춤은 달라도 너무 다른데, 모두 한 장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삶의 모습이다. 저 멀리 진우도 앞 갯벌에는 알락꼬리마도요, 중부리도요들이 한창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저들도 열심히 살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우리도 또한 이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다.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야 하는데, 좀 멈추고 쉬어야 하는데, 오늘 이 신호에서의 하루가 나에게 쉼이 되는 것 같다. 봉하 마을을 찾아, 봉하음악회에 다녀 오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으리~~


글 / 김은경 하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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