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어떤 소식을 들고 왔을까요? 회원님들은 여름하면 어떤 것들이 생각이 나세요? 휴가?, 바다? , 아니면 더위? 여러가지가 생각나실 것 같은데요. 저는 여름만 생각하면 생각나는 물질이 있습니다. 바로 '녹조'라고 불리는 '남세균', '남조류'입니다. 정식명칭보다는 익숙한 '녹조'라고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녹조는 이명박 대통령 때 시행한 '사대강 사업' 후 전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인터넷 밈 '녹조 라떼' 때문인데요. 녹색의 물질이 걸쭉하게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경악을 금지 못했던 건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녹조라떼는 계속해서 여름만 되면 계속해서 관찰이 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서 '녹조의 번성'의 모습은 더 빨리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에 부산환경운동연합은 5월 3일(금)부터 지금까지 낙동강 원수에 녹조독이 얼만큼 발생하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매리취수장, 대동선착장, 삼락공원 계류장의 원수를 직접 샘플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샘플링을 하러갈 때마다 녹조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요. 특히 6월이 되니 녹조가 심각하게 번성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녹조가 번성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기후위기로 인한 수온 상승 또한 녹조가 번성하는 조건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을 하기 전에는 이러한 '녹조의 번성'을 육안으로 관찰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16개의 보가 설치된 것이 녹조가 이렇게 발생한 원인은 아닐까요?
달마가 서쪽으로 아니 낙동강을 지키는 활동가들이 금강 세종보로 향한 까닭은?
4월 30일(화) 오전 10시 30분 세종보 상류 우안 한두리대교 아래에 분주하게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금강을 지키는 활동가들이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위한 천막농성에 들어간다고 연락이 왔기 때문입니다. 올해 생태보전 업무를 맡아서 자세한 맥락은 모르지만 부리나케 세종보로 달려 갔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4대강을 재자연화, 보 철거, 물 관리 일원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세종보는 문재인 정부에 의해 보를 철거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고, 보를 해체하기 전까지 보를 개방을 해왔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고통받던 세종보가 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와 자갈, 여울이 드러나고 식생이 어우러진 금강에, 토건 개발을 피해 떠났던 야생생물들도 속속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세종보를 괴롭혔던 붉은 깔따구와 녹조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5년 간 흐르지 못했던 강이 흐르니 많은 것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자 보수적이던 정부도 "세종보를 철거하는 것이 경제성이 높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권에서 금강, 영산강 보 철거를 하겠다는 계획을 뒤엎고 보를 철거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이에 강을 지키려는 활동가들이 모여서 세종보 재가동 중단 및 물정책 정상화를 위한 천막농성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세종보가 다시 가동되면 보 주위에 둥지를 튼 물떼새들은 죽음을 맞게 될 것입니다. 즉, 보를 재가동하는 것은 에코사이드를 자행하는 것이며, 인류가 살아왔던 터전이자 공간인 '강'을 스스로 파괴하는 행위라는 것을 기자회견을 통해 의견을 밝혔습니다. 기자회견이 끝이 나고 바로 금강을 지키는 활동가들은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몇 번의 농성장 지지방문이 있은 뒤 다시 한 번 긴급하게 6월 4일(화) 오후 1시 세종보 농성장에 방문을 했습니다. 세종시가 금강 활동가들에게 세종보 농성장을 자진철거를 계고했고, 기간이 6월 3일(월)까지였습니다. 농성장을 강제집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긴급하게 방문을 했습니다. 불행중 다행인지 세종보로 향하는 동안에 세종시가 6월 10일(월)까지 자진철거를 하라는 2차 계고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긴급한 상황이 지나가서 긴장이 풀린 나머지 즐겁게 농성장 라이프를 즐기다 돌아왔습니다. 금강 세종보 배 물수제비 대회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수달이 모습을 보여서 물수제비 대회는 나몰라라 하고 다들 수달을 보러 뛰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6월 10일(월) 밤 늦게 세종보 농성장 2차 방문을 했습니다. 1차 방문 시 농성장 자진철거 기간을 6월 10일(월)까지로 정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밤 늦게 세종보에 도착했지만 농성장을 지키던 활동가들 몇 분이 저를 맞이해주었고, 멀리서 늦게 왔다고 농성장의 가장 좋은 텐트에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다음 날 벌어질 강제집행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는 못했습니다.
세종보에도 아침이 다가왔고, 다행히 강제철거와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밤에 늦게 와서 몰랐는데, 20명에 가까운 활동가들이 농성장을 함께 지키고 있었고, 오후가 지나자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많은 단체들이 세종보 농성장을 방문했습니다. 많은 활동가들이 농성장을 방문해 왁자지껄하게 농성장 라이프를 보냈고 부산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혹시나 그 다음날에도 강제집행이 벌어질 가능성 때문에 6월 12일(수) 오전에 상황을 보고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낙동강의 현재, 금강의 미래
6월 달에도 어김없이 낙동강 원수 샘플링을 진행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6월 26일 오전 찍은 대동선착장, 삼락공원 계류장의 모습입니다. 지난 번 샘플링 때는 대동선착장이 눈에 띄게 녹조가 관찰되었지만 이 날은 대동선창장보다 삼락공원 계류장이 더 많은 녹조가 발생한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삼락공원 계류장에서 녹조의 번성이 빠르게 진행된 것이죠. 육안으로 관찰한 녹조를 보면서 금강 세종보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영화 <액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 멸종 위기에 처한 뮤턴트와 인류가 처한 암담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울버린이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울버린처럼 상처를 받아도 재생이 된다거나 그러지는 않고, 미래에서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오지는 않았습니다. 상처가 계속 재생되는 울버린처럼 강하지는 못하지만 세종보 재가동을 반드시 막겠다는 결의는 결코 죽지 않습니다. 현재 녹조가 차고 있는 낙동강이 금강의 미래가 되어선 안 됩니다. 오히려 보 재가동이 중단된 흐르는 금강이 낙동강의 미래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둔다면 금강의 미래는 여름만 되면 녹조와 깔따구로 가득 찬 죽은 강이 될 것입니다. 전국에서 세종보로 집결하다!
금강의 활동가들이 농성을 한 지 60일이 되는 날이 6월 27일이었습니다. 4대강 16개보 철거를 염원하는 전국의 활동가들이 세종보로 모였습니다. 당연히 낙동강을 지키는 활동가들도 아침 8시 30분에 집결하여 세종보로 향했습니다. 세종보 농성장이 있는 금강 스포츠 공원에 도착하니 전국에서 많은 활동가들이 집결했고, 2시가 되자 힘차게 선언을 하고 환경부까지 행진을 했습니다. 부산에서 활동할 때 FM 만장을 들고 다녔던 전적 때문인지 "환경부가 사망했다"는 만장을 들고 행진을 했습니다. FM 만장보다는 가벼워서 가쁜한 마음과 발걸음으로 행진을 했습니다.
농성장에서 환경부까지 대략 1시간이 걸렸는데요. 차도가 막히지 않아서 1시간을 넘게 걸었는데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환경부 앞 집회 장소에서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문화공연, 강력한 규탄 발언, 보 철거를 기원하는 퍼포먼스 등을 진행했습니다. 낙동강 녹조 샘플링을 진행하면서 항상 녹조가 있는 물을 들어가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녹조 물감 세례를 맞기도 했답니다. 이런 험한 일들은 왜 저한테 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집회를 진행하면서 "금강아 흘러라!", "낙동강아 흘러라!", "영산강아 흘러라!", "한강도 흘러라!", "섬진강도 흘러라!", "강물아! 흘러라!"를 계속 외치니 힘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국에서 모인 우리의 의지를 환경부에서는 제대로 답하지 않아서 순간의 대치 상황이 있기도 했습니다. 계속해서 환경부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곤란해질 거 같습니다.
결의 대회는 끝이 났지만 계속해서 금강을 지키는 활동가들은 농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낙동강과 금강의 거리는 멀지만 계속해서 연대해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세종보가 재가동이 되게 되면 결과론적으로 사대강 사업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녹조로 가득 찬 사대강은 이제 그만입니다. 생명으로 가득 찬 사대강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16개 보를 철거해야만 합니다. 함께 힘을 모아 생명의 사대강을 만들어 봅시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글 / 박상현 협동사무처장 직무대행